사람들은 왜 영화 속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사람들은 그동안 영화를 스크린 속의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를 시청하는 경험이 아닌 직접 그 공간을 가보는 경험으로 경험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다. 뉴질랜드의 호비튼,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같은 촬영지부터 밀라노에서 웨스 앤더슨이 설계한 카페 Bar Luce, 일본의 지브리 파크까지, 영화의 촬영지는 점점 영화 속의 공간 자체로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러한 영화의 촬영지를 직접 가려 하는가, 그리고 영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공간을 궁금해 하는가?

화면 밖의 영화 공간

우리는 핸드폰 화면 속에서 많은 공간과 장면을 보며 살고 있다. 이는 영화에도 해당한다. 스마트폰 속에서 쪼개서, 또는 빠른 속도로 영화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많고 빠른 장면들 속에서 실제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은 귀해진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공간을 찾아 여행을 가는 것은 set-jetting 이라는 용어로 불리고 있다. 익스피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이런 여행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고 답했고, Z세대와 밀레니얼의 81%는 화면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여행을 계획한다고 했다. 다만 이 수치들은 설문에 기반한 추정이지 실제로 측정된 시장 규모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자체는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에만 해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그리스, 이탈리아, 모로코,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해서 새로운 여행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화면으로 보았던 장면이 눈 앞에 놓여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영화를 새롭게 소비하고 체화시키며 내가 본 기억이 아닌 내가 경험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장소가 아니라 감독을 찾아가는 사람들

최근의 흐름은 여러 갈래로 나눠지며 영화 속 촬영지나 장소가 아닌 감독 자체를 찾아가기도 한다. 가까운 예시로 Bar Luce가 있다. Bar Luce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직접 설계한 카페로 전형적인 밀라노 카페의 분위기를 재현해냈다. 웨스 앤더슨은 밀라노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 <밀라노의 기적>, <로코와 그의 형제들> 영화를 참고했다. 이탈리아 영화를 참고해서 만든 공간을 사람들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공간으로서 소비한다.

비슷한 흐름은 지브리에서도 보인다. 도쿄의 지브리 미술관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설계했고 티켓이 열리면 몇 시간 만에 매진되곤 한다. 2022년에 문을 연 지브리 파크도 있다. 디즈니랜드와 달리 놀이기구가 없고,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물과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만든 사람의 태도이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지브리 영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향을 바라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공간들이 파는 것은 특정 장면이 아니라 한 창작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래서 목적지는 하나의 작품에서 한 사람의 감독, 한 스튜디오로 옮겨간다.

취향은 곧 나를 설명하는 방식

이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취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대변하는 시대에 특정 감독의 미학을 좋아한다거나 특정한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한 호감이 아닌 나에 대한 복잡하고 자세한 캡션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파스텔 색감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지브리의 숲길을 걷는 일은 그 취향을 몸으로 확인하는 행위다. 작품을 깊이 있게 파고 들던 관객들은 이제 그 세계 속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즉, 현실판 디깅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취향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을 때 깊은 정서적 유대감으로서 빛을 발한다.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 자체는 자아 표출의 한 형태인 것이다.

영화가 끝나도 그 세계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 이것이 이 흐름의 본질일지 모른다. 우리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야기가 만들어진 감각 속에 서 보기를 원한다. 이제 영화는 극장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찾아가는 곳에서 계속된다.

featured image: Fox Corporation,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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